객관적인 성격검사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사가 실시되며, 각 검사 문항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이 명확한 채점 방식에 의해 점수화되고, 이를 규준 집단 점수와 비교하여 그 측정치상에서 피검자가 속하는 위치를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검사를 의미한다. 객관식 검사에서 피검자는 주어진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와 같은 이분척도로, 혹은 '1'에서 '3' 점까지의 리커트(Likert) 척도 등 수치화된 형태로 응답할 것이 요구된다. 이런 검사 절차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며, 평가자의 영향이 개입될 가능성이 적고, 표준화 규준 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성격이라는 복잡하고도 다중적인 특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수치로서 평가한다는 점,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피검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고 그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무작위 응답, 긍정 왜곡 및 부정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객관적 성격검사인 다면적 인성검사를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
MMPI는 1943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해서웨이(Starke Hathaway)와 맥킨리(Jovian Mckinley)에 의해 처음 개발된 이래 신뢰도, 타당도 및 활용 가능한 영역 등에 관한 연구가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고, 임상장면에서 꾸준히 활용되면서 그 유용성이 검증된 검사다.
MMPI는 처음에 정신과 환자들의 진단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MMPI가 개발될 당시의 검사 제작은 대체로 이론 및 가설에 따라 항을 구성하고 타당도를 검증하는 이론 주도적인 방식(theory-driven method)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MMPI는 환자의 분류와 진단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이전에 출판된 성격검사, 사례 연구, 임상 경험에서 수집된 수많은 예비 문항 중에서 특정 환자군이 어떤 문항에 '예' 또는 '아니요'라고 대답하는지를 조사하는 경험 주도적 제작 방식(empirical data-driven method)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확실히 내 팔자는 나쁘다.'라는 문항은 언뜻 보기에는 어떤 장애를 감별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예'라고 응답하고 정상 집단은 그렇지 않다면 이 문항은 정신분열증을 변별하기 위한 문항으로 채택되는 방식이다.
초기에 개발된 MMPI는 네 개의 타당도 척도와 열 개의 임상척도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각의 임상척도는 진단하고자 했던 정신장애 집단의 명칭에 준하여 제작되었다. 1번 척도는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Hs), 2번 척도는 우울증(Depression: D), 3번 척도는 히스테리(Hysteria: Hy), 4번 척도는 반사회성(Psychopathic deviate: Pd), 6번 척도는 편집증(Paranoia: Pa), 7번 척도는 강박증(Psychasthenia: Pa), 8번 척도는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Sc), 9번 척도는 경조증(hypomania: Ma) 환자 집단을 기준 집단으로 하였고, 5번 척도인 남성성-여성성(Masculinity-femininity: Mf)과 0번 척도인 사회적 내향성(Social introversion: Si) 척도가 이후에 추가되었다. 개인의 반응은 각 척도별로 연령별이나 성별 규준에 입각하여 평균 50, 표준분차 10인 T-점수로 환산된다. 일반적으로 각 임상 척도에서 70T 이상일 때 정상 범위를 벗어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해석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MMPI의 표준화 집단이 미국인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고, 백인이나 높은 학력 수준을 가진 사람에 한정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시대에 맞지 않는 문장, 성차별적인 용어 사용, 임상 척도 간의 높은 상관 등이 문제가 되어 MMPI는 1989년 MMPI-2로 개정되었다. 개장 당시에도 MMPI는 연구 및 임상 장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MMPI를 사용사여 출판된 연구 수가 10,000편을 넘었다(Graham, 2006). 기존 척도를 만든 정신장애 집단을 변경하거나, 척도를 대폭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축적된 연구 자료를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을 초래하기 때문에, MMPI-2 역시 네 개의 타당도 척도, 열 개의 임상 척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동시대 표집에서 재표준화하였다. 대신 시대에 맞지 않는 문항을 삭제하고, 문구를 조금씩 수정하고, 다섯 개의 타당도 척도를 더 추가하고, 내용 척도를 개정하였으며, 성격병리척도 등을 추가하였다. 또한 기존 MMPI가 척도간의 상관이 높은 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구성 임상 척도를 개발하였으며, 이 척도에서는 공통 요인을 추출하여 척도 간 상관을 줄이고, 고유의 특성만을 갖도록 임상 척도를 재구성하였으며, 공통 요인인 '의기소침(RCd)' 척도와 0번과 5번 척도를 제외한 임상 척도 여덟 개로 이루어져 있다.
MMPI는 청소년에게도 사용되었으나, 기존이 MMPI에서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문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고 문항 수를 478문항으로 줄여서, 청소년용인 MMPI-A가 1992년에 출판되었다. MMPI-A에서 임상 척도는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청소년에 정적인 품행 문제, 소외, 의기소침, 학업 문제 등에 관한 내용 척도가 추가되었다.
국내에서는 1965년 정범모 등이 한국판 MMPI를 제작, 출판하였고, 1988년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규준집단을 현대화하고 문항을 현대에 맞게 다듬은 재표준화판을 출판하였다. MMPI-2, MMPI-A는 2005년에 한국 표준화 연구가 수행되어 사용하고 있다(김중술 외, 2005).
2. 기질 및 성격 검사(Temperament Character Inventory: TCI)
클로닝거(Cloninger, & Svrakic, 1997)는 인성(personality, 성격)을 사람들이 경험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느낌, 생각,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 더 넓게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조절하는 개인의 심리생물학적 체계 안에서 있는 역동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인성의 심리생물학적 모을 제안하였는데, 이 모델은 인성이 기질과 특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질(temperament)은 자극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에서 개인차를 의미한다. 이는 타고나는 것으로 영아에 완전히 형성되고 평생에 걸쳐 안정적인 속성이다. 반면 특성(character)은 우리가 추구하는 자발적인 목표 및 가치에서의 개인차를 의미하며, 영아기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하여 평생에 걸쳐 성숙한다. 클로닝거는 이러한 기질과 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1994년 네 개의 기질 차원과 세 개의 특성 차원을 평가하는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개발하였다. 검사 결과를 통해 기질의 조합으로는 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환경적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양식을 이해하고, 특성의 조합으로는 개인의 성숙도 및 적응 수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민병배, 오현숙, 이주영, 2007).
2000년 독일에서 포우스트카(Poustka)가 원저자와의 협의하에 TCI를 청소년에 맞게 개정한 JTCI(Junior Temperamnet and Character Inventory)를 출간하였다. 국내에서는 2004년 오현숙과 민병배가 한국판 JTCI를 출간하였고, 2007년에는 한국판 TCI-성인용, JTCI-아동용, JTCI-유아용 등 다양한 연령대의 성격 및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들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3. 성격평가 질문지(Personality Assessment Inventory: PAI)
1991년 모레이(Morey)는 성격 및 정신병리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PAI를 개발하였으며, 국내에서는 2001년 김영환 등이 한국판 PAI를 표준화하여 출간하였다. PAI는 4개의 타당도 척도, 11개의 임상 척도, 5개의 치료 척도, 2개의 대인관계 척도 등 총 22개의 척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약간 그렇다' '중간이다' '매우 그렇다'의 4점 척도로 응답하게 되어 있다.
PAI는 MMPI가 경험적 제작 방식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구성 타당도 접근을 사용하였다. 구성 타당도 접근 방식이란 구체적인 이론을 토대로 척도가 만들어지고, 이후 요인 분석과 같은 통계적인 절차를 사용해 척도를 완성하며, 특정 점수를 얻는 사람이 특정 행동을 보인다는 경험적 연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타당도를 입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PAI의 척도들은 DSM 진단 기준과 정신병리의 핵심 구성 요인에 관한 연구에 기분을 둔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문항은 내용 타당도가 높고, 척도 내 문항 간의 상관과 내적 합치도가 높다. 자기보고 검사들이 갖는 긍정 왜곡 및 부정 왜곡의 가능성이 있으나, 타당도 척도를 만들어 이와 같은 문제점을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PAI의 장점이다. PAI가 대부분의 정신병리와 관련된 질문을 포함하려 노력했으나, 모든 장애가 포함된 것은 아니라는 점, 질문의 의도가 비교적 명확해 보여서 피검자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에 정확한 검사가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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