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는 해부학적으로 두 개의 반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개의 반구는 기능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대뇌의 좌반구는 언어 기능을, 우반구는 공간지각 기능 등을 분담하여 담당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대뇌의 어느 한쪽 반구에 기능적인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현상을 편재화(lateralization)라 한다. 대뇌의 기능적 비대칭성의 증거는 실어증 환자나 두 개의 반구가 분리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분리뇌(split brain)
대뇌의 좌우 반구는 뇌량(corpus cllosum)이라는 신경다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뇌량을 통해 각 반구에 들어온 정보가 서로 다른 쪽 반구로 전달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우에 대뇌반구는 뇌량을 통해 서로 정보를 전달하여 통합된 기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뇌량을 절제했을 때 한쪽 반구의 편재화된 기능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뇌량이 절제된 간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행하였는데, 심한 간질환자의 경우 뇌량을 절제함으로써 한쪽 반구에서 일어난 발작이 다른 쪽 반구로 전달되지 않게 하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 발작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뇌량이 끊어짐으로써 두 개의 반구는 기능적으로 서로 고립되어 서로 분뢰된 뇌처럼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뇌량이 절제된 환자(분리뇌)들의 일상 행동에서는 수술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었으나 스페리(Sperry), 가자니가(Gazzaniga) 등 신경과학자들은 이 환자들이 실험실에서 정상인과는 다른 독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스페리는 분리뇌 환자를 스크린 앞에 앉히고 스크린 중앙에 있는 점에 시선을 고정하게 하였다. 긜고 이 점의 오른쪽 또는 왼쪽에 그림이나 글자를 제시하였다. 이때 왼쪽 스크린에 있는 정보는 피험자의 우반구에 전달되고, 오른쪽에 나타난 정보는 좌반구에 전달되도록 하였다. 정상인의 경우에는 이렇게 정보가 어느 한쪽 반구에 입력되도록 조작하여도, 뇌량을 통해 다른 쪽 반구로 정보가 전달되어 대뇌 반구가 통합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뇌량이 절단된 분리뇌 환자들은 정보가 입력된 반구에서만 그 정보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스크린의 왼쪽에 '나사'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분리뇌 자들에게 무슨 단어를 보았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이 환자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스크린에서 본 단어에 해당되는 물건을 집으라고 하면 왼손으로 정확하게 나사를 집었다. 이러한 결과는 대뇌 기능의 비대칭성을 보여 주는데,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반구는 언어 능력을 담당하고 우반구에서는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편재화를 보여 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좌반구가 언어 중추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2. 실어증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한다는 증거는 실어증 환자에 의해 제기되었다. 1861년 프랑스 의사였던 브로카(Broca)는 대뇌의 특정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 말을 하는 데 문제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많은 증거가 좌반구의 실비안 열구(측두엽을 뇌의 다른 부위와 분리시켜 주는 틈)의 윗부분(소위 브로카 영역이라고 이른 붙임) 또는 실비안 열구의 주변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 이러한 실어증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영역이 손상된 환자들은 언어를 발화하는 데 문제를 보였는데, 경미한 경우는 몇 개의 단어나 구절은 구사할 수 있었지만 한 개의 단어도 말할 수 없는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결함은 브로카 영역이 운동을 통제하는 부분과 인접해 있어서 언어의 발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 다른 형태의 실어증은 베르니케(Wernicke) 실어증이다. 1874년 베르니케는 좌반구 측두엽의 뒷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이 브로카 실어증과는 다른 형태의 언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였다. 유창하게 말은 하지만 사용하는 단어나 단어의 조합이 적절하지 않았고 말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결함을 보였다. 이와 같이 언어의 이해에서 문제를 보이는 수용성 실어증을 베르니케 실어증이라 하였다. 이러한 실어증은 모두 좌반구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났고, 언어가 좌반구에 편재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ERP, MRI, PET 등 대뇌를 연구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대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언어의 기능과 관계를 짓는 이러한 전통적인 생각은 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선 대뇌에서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대뇌의 특정 영역에서 언어 능력을 찾을 만한 정교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언어를 담당하는 대뇌 부위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른 부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신경학적 분업은 혼란스럽고 사마다 다른 것 같다. 또한 최근의 신경과학자들은 대뇌의 활동을 신경회로의 형성과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언어 기능이 좌반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좌반구의 언어 영역 내에서 어떻게 국부화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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