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의 대상인 상대방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으로 하고 올바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 외에도, 그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을 때, 그런 생각과 행동의 이유나 배경도 알아야 한다. 전날 미팅에서 만났던 이성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우리는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하고 그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가 몸이 아픈가?'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가?' '가족과 말다툼이 있었나?' 아니면 '어저께 만났을 때 내가 뭘 잘못했나?' 등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사람의 행동이나 사건에 대한 원인을 찾는 과정을 귀인(歸因, 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사람의 행동이나 그가 당한 사건이 평상적인 것일 때보다 특이한 것일 때 더욱 강해진다.
원인이 돌아가는 귀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행위를 했거나 일을 당한 당사자의 성향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 이외의 요소, 즉 외부 환경이다. 당사자 본인에게로 원인을 돌리는 것을 내부 귀인(internal attribution)이라고 하는데, 이 내부적 원인은 다시 당사자의 성격, 능력, 동기, 노력, 부주의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원인을 외부 환경의 탓으로 생각하는 것은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라 하며, 상황, 타인, 운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1. 귀인 방식
사람들이 원인을 규명하는 방식을 보면 마치 과학자가 가성을 검증하는 것처럼 매우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한다(Heider, 1958).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추리할 때 그 행동이나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을 훑어보고, 문제의 행동이나 사건과 항상 짝지어서 일어나는 선행 사건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사람들의 이런 귀인 방식을 하이더(Heider, 1958)는 '항상성 원리(principle of invariance)'라고 불렀다.
켈리(Kelley, 1967)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귀인 방식에 대하여 보다 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켈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 원인을 판단하기 위하여 판단의 대상 인물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행동을 보였는가(합치성 정보, consensus information), 대상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자극 이외의 다른 자극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는가(특이성 정보, distinctiveness information), 대상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자극에 대해 다른 경우(시간 또는 장소)에도 같은 행동을 보였는가(일관성 정보, consistency information)의 세 가지 정보를 수집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앞의 세 가지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방식에 관해서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배를 잡고 웃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그가 왜 그렇게 재미있어 하는가에 대해 그 원인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추리한다. 첫째, 그가 잘 웃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 있고(행위자 귀인), 둘째 그 개그 프로그램이 너무나 재미있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자극 귀인), 셋째 그때 상황이 그로 하여금 조금만 웃겨도 잘 웃겍끔 되어 있는 상황, 예를 들면 그가 데이트에서 방금 돌아와 기분이 매우 좋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상황 귀인). 여기서 만약 다른 사들은 그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다면[저(低)합치성 정보] 사람들은 그가 원래 잘 웃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행위자 귀인, 즉 내부 귀인). 그가 다른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는 잘 웃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다면[고(高)특이성 정보] 사람들은 그 개그 프로그램이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것이다(자극 기인, 즉 외부 귀인). 그가 다른 때에는 그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잘 웃지 않았다는 정보가 있으면[저(低)일관성 정보] 그때의 상황이 그로 하여금 잘 웃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추리할 것이다(상황 귀인, 즉 외부 귀인). 켈리는 이처럼 사람들이 앞의 세 가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원인을 추리한다고 하였는데, 이 세 가지 정보는 육면체 모형의 세 차원으로 도시(圖示)될 수 있기 때문에 입방체 이론(cube theory)이라고 부른다.
2. 귀인 편향
비록 사람들이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것처럼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추리한다고는 하지만, 그 추리와 논리 전개과정이 학자들이 하는 관찰이나 실험과 같이 그렇게 논리적이고 정밀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판단상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만다. 이러한 귀인에서의 편향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행동(또는 그 결과)에 대해 일반적으로 외부 요인에 귀인하기보다는 그 행위자의 내부적 요인, 즉 행위자의 기질이나 성격, 동기 등에 귀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면, 밤늦은 시간에 귀하던 여성이 치한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그 여자가 뭔가 그런 봉변을 당할 만한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겠느냐는 식의 해석을 곧잘 한다. 즉, 그 여자가 불가피한 어떤 일 때문에 밤늦게 귀가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는, 그 여자가 평소에 품행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밤늦게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나쁜 일을 당했다는 식의 해석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외부 귀인보다는 행위자의 기질이나 성향 쪽으로 귀인이 편향되는 경향을 기본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이러한 오류는 기본적으로 행동이 성격이나 기질, 또는 의도의 외부적 표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생긴다.
기본귀인오류에서 언급되었듯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내부 귀인, 즉 행위자 귀인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타인의 행동에 대한 경우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외부 귀인을 더 이 하는 경향이 있다. 즉,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 귀인,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외부 귀인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편파가 일어나는 이유는 타인(즉, 피관찰자)의 행동이 관찰자의 시야에서 특출한 자극으로 눈에 띄기 때문에 관찰자는 피관찰자인 행위자에게 귀인을 하게 된다. 반면, 관찰자, 즉 본인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고 자신의 눈에 띄는 것은 외부 요인이므로 그 외부 요인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요인에 귀인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유지하려는 동기가 매우 강하며, 이런 자존감의 동기가 귀인과정에서 편파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 또는 그 행동의 결과에 댛나 귀인을 할 때 그 결과가 좋으면 자기 자신의 성향에 귀인을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외부 요인에다 귀인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자아고양편파(self-serving bias)라고 하는데, 이 자아고양편파 현상을 잘 나타내는 우리나라 속담이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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