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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상담관계의 특징

by 행복한 하루하루엔 2024. 4. 10.

상담관계의 특징

 

  내담자의 변화를 일으키는 관계란 어떤 것인가?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대인관계에 비추어서 상담관계를 생각하지만 내담자의 관계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는 다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태어나자마자 맺어지는 부모와 자식 관계, 성장하면서 맺는 또래들과의 관계, 학교에 들어가면서 맺어지는 사제 관계, 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그런데 상담관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인간관계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상담관는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되는 네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 상담관계는 내담자의 존재를 사랑으로 대하고, 내담자의 마음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는 깊은 정서를 관계를 갖는 특징이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정서적 관계를 맺지만 상담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처럼 헌신적이며 평생 함께 책임져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일정 기간 동안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해 진실한 관심을 가지고 그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수용하는 것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요구나 감정에 대해 매우 민감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상담자는 내담자와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많은 내담자의 문제들이 그때그때의 문제를 억압하여 처리가 안되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상담관계에서는 이제까지 표현하지 못한 어떤 감정이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주로 허용되고, 부정적인 감정은 숨기거나 억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때로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였다가 상처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관계에서는 부정적 감정도 표현하도록 격려되고, 내담자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무언가를 표현하면 도덕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다른 인간관계와는 달리 내담자들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 대한 증오, 성적 충동에 의한 갈등,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기혐오, 상담자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 등 모든 것을 표현하도록 격려받는다. 이처럼 상담관계에서 내담자가 삶에서 표현하거나 경험하기를 주저했던 감정들을 표현하고 수용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담자들은 내면 깊숙이 간직해 놓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현하면서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고,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상담관계가 잘 형성되어 신뢰감을 가질수록 내담자는 지금까지의 생활을 혼란스럽게 했던 모든 금지된 충동과 말할 수 없었던 태도를 가능한 한 빨리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셋째,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상담 시간이나 상담에서 표현하는 행동의 한계가 있다. 내담자는 핵심적인 문제를 피하려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어도 되지만 정해진 상담 시간 외의 시간을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서처럼 자신의 문제를 한없이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상담이다. 또한 내담자가 분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되지만, 그 감정을 행동화하여 물건을 부수거나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 내담자가 감정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수용 및 재경험하여 그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넷째,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어떤 종류의 압력을 가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상담관계는 부모가 자식에게, 교사가 제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하듯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충고하거나 제안하고 강요하는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충고나 조언을 통해 변화하기 어렵다. 충고나 조언은 내담자에게 반발심을 갖게 하거나 의존심을 갖게 하고, 진정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자발적이거나 변화 동기가 없는 내담자를 만나게 되면 상담자가 교육하려는 마음이 앞서거나 변화를 강요하기 쉽다. 그러나 일단 상담자가 해야 할 일은 변화 동기를 갖도록 하는 공감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