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치료자에게 필요한 상담윤리

 

  상담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윤리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윤리적 결정을 위한 지침에 대해 숙지하는 것은 막 상담을 시작한 학생이나 초보 상담자들에게 있어, 상담의 기법과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1. 상담자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인정한다(상담자 자질)

  상담에서 상담자 자신은 치료적 도구다. 상담자가 전문인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힘쓰지 않는다면 상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상담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적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내담자의 보이지 않는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상담자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의 보이지 않는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상담자의 성격이나 가치관 등의 잠재적 성향이 내담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대해 늘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상담자는 자신의 능력과 기술의 한계성을 알고, 내담자의 문제가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여겨질 경우에는 다른 상담자에게 의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내담자나 동료들에게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내담자나 동료들에게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무리하게 상담을 진행하거나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선 진단을 한다면, 결국 내담자에게 해를 끼치는 비윤리적인 상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2. 상담에서 내담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내담자에게 유리하고 도움이 되도록 행동해야 한다(내담자 보호)

  내담자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상담자가 내담자를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내담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상담 성과를 빨리 보고자 하는 상담자 역전일 수도 있다. 범법 행위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내담자의 자율적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자율성 원칙(autonomy)이 우선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대학생 내담자가 센터를 찾아왔다고 하자. 무조건 부모나 타인에게 알리는 것이 능사일까? 내담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정폭력을 오랫동안 당하며 살아온 가족환경이라면 임신 소식을 부모에게 전한다면 벌어질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처럼 상담자는 내담자가 처한 상황과 욕구를 면밀히 살펴보고, 어떤 것이 내담자에게 유리한지 내담자와 함께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담자에게 유리하게 행동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의 선행 원칙(beneficence) 또한 중요한 상담 윤리 원칙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내담자의 성, 인종, 장애 여부 등과 같은 특성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의의 원칙(justice), 내담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무해성 원칙(non-malevolence), 상담자와 내담자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상담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성실성 원칙(fidelity)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윤리적 원칙은 내담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상담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또한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상담자들의 행동에 대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3. 상담의 과정을 내담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고지해야 한다(사전 동의)

  사전 동의란 상담 초기 구조화 시, 상담 내용과 과정에 대한 내담자의 알 권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전 동의의 과정은 내담자로 하여금 상담의 진행과정에 대하여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상담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사전 동의의 내용으로는 상담자가 받은 교육과 상담 경험 정도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상담 이론과 전략에 대한 정보 제공 뿐 아니라 상담 시간, 예상되는 회기의 수, 비용 등을 내담자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내담자는 자신이 도움 받기를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 담당 상담자가 제공할 수 있는 상담활동과 그 대신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한 상담에 따른 잠재적 이익과 위험에 대해서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상담을 통해 갖게 될 긍정적인 상담 효과로는 문제 해결, 부정적 정서와 행동의 감소, 내담자의 자기이해 및 성숙 등이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림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 재경험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수련생의 경우에는 자신이 수련생이며 슈퍼비전을 받는 것과 슈퍼비전에 대한 정보를 내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4. 비밀보장은 상담에서 중요한 윤리적인 문제다(비밀보장)

  비밀보장이란 내담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내담자가 상담에서 말한 내용을 상담자와 내담자만 공유한다는 뜻이다. 내담자는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해 상담자가 비밀을 지켜 주리라는 가정하에, 타인에게 밝히기 어려운 자신의 이야기를 상담자에게 하게 되므로, 비밀보장은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갖는 신뢰의 바탕이 된다.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보장 뿐 아니라, 슈퍼비전이나 교육, 연구의 목적으로 내담자의 정보를 사용할 때에도 반드시 내담자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여야 하며, 이러한 경우라도 내담자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담자 관련 정보의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되, 내담자 자신이나 특정한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상황(예: 자살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때,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을 때, 아동·청소년 대상 성 범죄가 확인될 때, 감염성 있는 치명적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등)에서는 비밀보장에 우선해 안전을 지키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5. 전문적 상담 개입이 이루어지는 데 방해가 되는 사적 관계는 피해야 한다(상담관계)

  전문적인 상담관계는 상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와 맺는 전문적 관계에서는 상담자가 객관적으로 내담자를 평가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취해서 내담자를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데 반해, 상담자가 내담자와 개인적이고 사적인 관계를 맺으면 경계 문제가 발생하여 전문적 상담 개입이 이루어지는 데 방해가 된다.

  상담에서의 다중관계는 상담자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전문적 관계 이외의 다 관계를 내담자와 맺는 것을 말한다. 이때 주로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회적 관계, 금전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등이 다중관계에 포함된다. 상담자는 다중관계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상담실 외의 다른 장소에서 내담자를 만나거나 내담자와 식사나 차를 함께 마시거나, 내담자와 공연, 사교모임 등을 함께 하거나, 자신이 아는 사람과 상담관계를 시작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담자-내담자의 성적 관계에 있어, 한국 및 미국 상담 윤리 강령에서는 상담자가 현재 내담자와는 어떤 이유로든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종결한 내담자라 할지라도 종결 후 2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미국상담학회에서는 상담 종결 후 5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과거 내담자와의 성적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